강형원 사진집 ‘사진으로 보는 우리 유산’ 리뷰그는 한 때 한국 사진기자들의 롤모델이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사진의 전성시대를 만끽하는 미국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이었다.
LA폭동. 강 기자가 퓰리처상을 받게 된 사건이다. Cornelius Pettus, owner of Payless market, throws a bucket of water on the flames at neighboring business Ace Glass in Los Angeles, California on April 29, 1992 during the first night of the 1992 Los Angeles Riots.
Photo ⓒ Hyungwon Kang/Los Angeles Times 그는 미국 LA타임즈와 AP통신과 로이터 통신에서 활동했으며 기자들이 노벨상으로 생각하는 퓰리쳐상을 2번 받았다.
백악관 출입기자 시절 빌클린턴 대통령과.
Hyungwon Kang with U.S. President Bill Clinton in the Oval Offic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백악관 출입시절 부시 대통령 내외와. Photojournalist Hyungwon Kang with U.S. President
George W. Bush with first lady Laura Bush at the White White in
Washington. Photo courtesy Hyungwon Kang
LA폭동과 9.11 테러 등 미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을 지켜보며 기록했고, 백악관을 출입하며 미국 대통령을 촬영했다.
중학교 시절 이민을 가, 미국 UCLA에서 정치학과 국제외교학을 전공한 후 현지에서 33년간 사진기자 생활을 마친 그가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세계의 중심인 미국과 국제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건에만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고국과 레거시(legacy)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다.
제주 만장굴 용암동굴: Daylight enters the entrance #3 of the closed section of
the Manjanggul Lava Tube. At 8.928km long, the Manjanggul cave is one of
the coolest places on Jeju island. Photo @ Hyungwon Kang 고창 도산리 고인돌: Early morning dew drops on spider web at the Gochang
Dosan-ri Dolmen, which is a northern-type dolmen in Gochang, North
Jeolla Province. Photo ¤ Hyungwon Kang 삽살개. Sapsaree visiting the Gochang Castle, November 10, 2020. Photo ⓒ 2020 Hyungwon Kang 한국의 삽살개, 진돗개, 독도, 정치인, 청년, 공동체문화 등이 요즘 그의 작품 소재이자 주제이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제83호: Korea‘s National Treasure number 83, the
Gilt-bronze Maitreya in Meditation, a statue of what is believed to be
the Mee-ryeuk, the Maitreya, the future Buddha, on display at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in Seoul. Photo ¤ 2021 Hyungwon Kang 그의 렌즈를 통과한 한국의 풍경과 에피소드들은 아무래도 독특한 느낌을 준다. 한국 사진기자들보다 미니멀리즘에 익숙한 작풍 때문일 수도 있고, 색에 대한 감각도 서로 차이가 있어서 일수도 있다.
어찌됐건 독특할 수밖에 없는 그의 작품들은 또 한번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에 오픈된다. 그가 사진집을 냈다. 지난 몇 년간의 기록이다. ‘Visual History of Korea’(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도서출판 알에이치코리아. 2022년 9월 20일 인터넷과 서점에서 살 수 있다.
신라의 유리그릇: 6th century Roman Glass cup of Silla excavated in Gyeongju,
North Gyeongsang Province in 1924 on display at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Seoul Korea. Photo ¤ Hyungwon Kang 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진가’라는 특징 때문에 그의 사진 밑에는 영어 설명이 붙어 있다.
잔무늬거울 국보 제141호 정문경(精文鏡) 다뉴세문경. The Korean National Treasure No. 141 -
Bronze Mirror with Geometric Designs has over 13,000 lines on it‘s
8.27-inch (21 cm) wide diameter surface. The Bronze mirror with fine
linear design and a pair of knobs, was photographed with special
permission at the Korean Christian Museum at Soongsil University in
Seoul, Korea. Photo ¤ 2020 Hyungwon Kang
사진은 만국의 공통어고, 국경이 없는 언어이며, 그래서 말이 필요없다곤 하지만, 사진 작품 중에 ‘무제(無題)’의 제목은 다큐멘터리나 정보를 다루는 사진에서는 적절하지 않아 꼭 설명이 들어간다.
성덕대왕 신종. The Bell of King Seongdeok is a large bronze bell, the largest extant bell in Korea. The full Korean name means “Sacred Bell of King Seongdeok the Great.” It was also known as the Emile Bell, after a legend about its casting, and as the Bell of Bongdeoksa Temple, where it was first housed, at the National Museum in Gyeongju, the ancient capital of Silla.
Photo ⓒ 2021 Hyungwon Kang 하지만 한국어 사진 설명은 아무래도 우리를 세상에 알리는 데 한계를 갖는다.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에 비해 정작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외국에 제대로 소개하는 자료는 여전히 미흡하다.
첨성대. A couple kisses in front of the Cheomseongdae, the oldest surviving astronomical observatory in the world, constructed in 633 in Silla Kingdom, in Gyeongju, Korea. ⓒ 2020 Hyungwon Kang 미국에서 활동한 사진가 강형원의 스토리텔링은 한국의 이미지를 영어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귀한 방식이다.
그가 기록한 한국의 문화유산 사진은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기존의 사진과 조금씩 다르다. 4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오며 ‘외부인의 눈’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면서도 ‘내부인의 눈’으로 고국의 가치를 발견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태화강의 대곡천 절벽 면에 새겨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의 모습과 고래사냥 기록 : The most ancient rock carvings of whales and whale hunting along with
other land animals the Korea’s National Treasure No. 285, at the
Bangudae amgakhwa rock carvings in Ulju, Korea, has the most ancient
evidence of whaling worldwide reflecting abundant numbers of whales off
the Korea‘s east coast. Photo ¤ Hyungwon Kang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갖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기록이나 작업이 끝나면 내 주변, 작지만 더 소중한 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꿈.
미국 무대에서 젊은 사진기자들의 부러움을 샀던 그가 환갑을 넘은 나이에 다시 한번 중년의 사진기자들에게 롤 모델로 변신 중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